줄거리
남편(기철/44세/한국)의 가정폭력을 방어하다 살해한 ‘스라이 나(여/24세/캄보디아)’는 2년의 복역 후, 석가탄신일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된다. 본국으로 송환되던 날, 돌연 마음을 바꿔 공항을 도망친 스라이는 해남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. 스라이가 도착한 곳은 해남의 한 사찰로, 템플스테이 사무국 앞이다. 그런데 사무국 안에 아무도 없자,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뒤뜰에 난 평상에 누웠다가 얼굴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놀라 눈을 뜬다. 말간 얼굴의 젊은 남자(선오/21세)가 자신의 코 앞까지 와 있는데도 놀라기는커녕, 반갑고 설레는 표정의 스라이. 그건 선오도 마찬가지다. 서서히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어지려는 순간, 화면 밖에서 퍽-! 하는 소리에 놀라 일어난다. 그런데 선오는 소리에 놀라기 보다는 스라이의 시선을 보고 나서야 놀란다. 그 이유는 선오가 농아이기 때문이다. 마침내 두 사람 사이로 드러나는 인물은 백발의 노파(혜순/63세)로 스라이의 시어머니(기철 엄마)다. 부르르 떨고 있는 늙고, 메마른 혜순의 손 밑엔 처참하게 깨진 수박이 빨간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.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스라이와 선오를 번갈아 보던 혜순은 분노인지, 체념인지,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. 선오는 대체 누구이고, 스라이는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을까...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