줄거리
“스물여섯이 되면, 미림은 눈이 멀게 될 것이다.” ‘백 할머니’의 예언은 미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. 불길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 가족은 대수대명(代壽代命), 즉 액운을 대신 짊어질 양자를 들이기로 결심하고, 그렇게 진구가 집안으로 들어온다. 그 제의는 성공한 듯 보였다. 미림의 눈은 무사했지만, 진구는 그 대가로 한 사고 속에 짧은 생을 마감한다. 세월이 흐르고, 미림은 진구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속에서 살아가고, 어느 날, 낡은 고택을 찾아온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순례자를 통해 죽은 진구를 만나려 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