좀비 사태가 한반도를 휩쓴지 8년. 대환난 속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, 한국 최서남단 섬으로 도망친 석두. 표류 끝에 당도한 무인도에서 삶은 죽지 못해 사는.. 마치 죽음을 보류한 채 이어 나가는 무의미한 날의 연속. 어제와 같은 오늘,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에서 석두는 매일 밤 지난날의 참사를 악몽으로 마주한다. 이따금씩 철썩거리는 파도만이 살아있던 무인도에, 파도는 생명체 하나를 토해낸다. 사람.. 아이의 형태를 하고 있는..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재앙의 씨앗에 불과하다. 이 세계를 대환난으로 몰아넣은,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는 씨앗. “ 내가 살려면, 네가 없어야 해. ” 그러나 살생이라고는 용왕이 허락한 미물 대상이 전부였던 석두에게 누굴 해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. 비록 좀비라 할지라도. 좀비를 겨냥한 석두의 죽창 끝에 망설임이 무겁게 매달리고, 그 주저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파도는 또 다시 몰아치는데… 파도가 지나간 자리, 멈춰 있던 한반도의 마지막 섬에 균열이 시작된다. 흘러 들어오는 표류자들… 석두는 균열을 피해 파도를 넘을 수 있을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