줄거리
어느 날 한 중년 여성의 몸에서 원유가 나오기 시작하고, 아무 이유 없이 그녀의 집이 흔들리더니 천장에는 칼로 잘라낸 듯한 구멍이 생겨난다. 영화의 초반에 들어간 TV 프로그램의 푸티지를 통해 암시하듯 그 구멍은 고든 마타-클락의 작품들을 인유하고 있다. 마타-클락의 작업은 해체가 결정된 건축에 들어가 그 건축을 평면으로, 입체의 형태로 해체하는 과정과 결과물 모두를 전시하는 일종의 언빌딩(unbuilding) 내지 아나키텍쳐(anachitecture) 작업이었다. 관람객들은 이러한 작업을 보며 건축의 안과 밖을 나누고 그 경계를 유지하는 문화사회적 구조와 범주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 것인데, 이 영화 역시 그와 유사한 경험으로 관객을 이끈다. 1970년대 후반부터 이란에 가해진 서구의 경제 제재의 역사가 한 층위에, 원유라는 상징물을 통해 생산수단이자 착취된 노동 주체로서의 여성이 또 한 층위를 차지한다. 그리고 격세유전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란의 역사와 여성의 육체를 하나의 시공간, 즉 이 영화 위에 겹쳐 놓는데 성공한다. 이 영화에서 스토리의 전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. 이 영화는 초반부와 중반부에 이미 비선형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중요한 소재는 무엇이고,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관객에게 전달한 채,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만든 공동체의 긴장감 넘치는 공기를 호흡해보기를 주문하기 때문이다.